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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후기/2004년

빗소리는 내마음 같이

by 에코 임노욱 2016. 5. 25.

빗소리는 내마음 같이

- 구름모자 -

 

지리산에 마음이 뺏기어 산을 다니기 시작한지가 벌써 25년.

그런데도 다시 지리산이 그리워지는 건 그 원천이 어디인지를 모르겠다.

금요일 오전부터 기상청을 매시간 들어가 보지만 변함없는 건 월요일까지 비

천기도를 보고, 위성사진을 보고, 기상특보를 훑어 보고...

 

금요일저녁

형님 가시죠?

......

형님은 가시고, 또누구...???

.......

 

토요일.

산에 가실 거예요?

몇 시에요?

다섯시경에는 나가야지?

 

비, 비가온다

망설이는 가슴에 자꾸만 브레이크를 건다.

그런 것 따지지 않고 나다니는 아들인데도 어머니께서 걱정스런 눈빛으로 쳐다본다.

마음먹었으니 일어나야지, 그런데 발걸음이 왜 이렇게 무거운지...

시간 맞추어 들어와 싸주는 성의도 있는데... 비, 그거 예전엔 비맞이 산행도 했는데 뭐

전주로 나온다. 빗발이 더 거세진다

지미랄, 나왔으니 가긴 가야겠는데 반겨줄지나 모르겠군...

 

일단 차가 지리산으로 향한다.

오수쯤에서 ‘아참 명국이가 있었지?’

 

너 뭐하냐

집에 좀 잠깐왔는데요

산에 같이가려 했는디 않되겠구나. 알았다

아뇨 저도 산에 갈려고 했는데... 어디로 가십니까

가려면 백무동으로 와라

알겠습니다.

 

백무동, 세찬 빗소리가 창을 때리고, 그래도 마지막 여름이라고 휴가차들은 보이고

이 비에 텐팅이나 비박은 만용이다.

혹시나 해서 망설임도 없이 버드나무집으로 차를 몰고 들어간다.

내일은 개어주길 바라면서, 아니 입산통제라도 풀려주길 바라면서

옥상에서 소주한잔, 안주 한점,

천장 타포린에 떨어지는 빗방울을 세며, 아래층 품바타령에 박자를 맞춘다.

 

내가 초보시절에...

제가 대학 다닐때...

연하북릉은 예전에 탈출로였는데...

그때 길을 잃어 한신계곡으로 떨어질때 물에 풍덩...

만복대님 말하시던 보투거리는 잘 있는지...

예전만큼 산의 정열이 떨어져...

사는게 그런 것이지 뭐...

양궁은 땄고, 내일 축구만 이기면 되겠는데...

치~~ 치~~ 치~~ 잘 않되나요?

안테나 있으면 나오는데 이상하네... 축구나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전화소리

형님 워디래여~~ 랠랠랠

넌 어딘데 벌써 꼭지 꺾였냐?

지유? 형님 보고싶어서~~~ 랠랠랠

않가르켜준다.

보고시프유~~~ 랠랠랠

너 벌써 별 보았는디 갈켜주겄냐?

글도 보고자픈디요~~~ 랠랠랠

노란별 봤으면 자라. 비 더 오것다

행님 갈켜주세요~~~ 랠랠랠

너 그렇게 별들한테 약올려 놓으면 내일 까마귀들이 오작교 어떻게 놓것냐? 어서자라

넵, 형님 알 ㄹ~ㅏ~ ㅂ~ㅠ ~~ 랠랠랠

 

또한번 밸소리

저 내일 새벽에 들어가겠습니다.

알았다.

 

빗속에서도 시간은 가고, 내일 일은 알 수가 없고.

더 올 사람도 없으니 치워야지

눈 감았다 싶었는데 아침,

오늘은 제일 먼저 해야하는 일 창문을 여는 일

그러나 한치의 오차도 없이 어제 그만치, 그 강도로 비는 내리고, 계곡물소린 더욱 커졌고

주위에 움직이는 사람은 없고.

병옥인 괜히 관리공단 확인하러가고, 동네사람 붙들고 물어보고

밥익고, 국 끓고...

 

명국이 전화소리

더 필요한 거 없으십니까?

없다.

 

괜히 아침부터 궁시렁궁시렁.

인연이 않닿는 갑다. 올핸 유난히 비가 많네. 투어만 몇 번여. 그냥 뚫고 올라가? 잘못 잡으면 길 잃기 딱 십상이지. 소지봉이라도... 무리하지말자.

묵묵부답

세 명이 앉잤으니 어제와는 새로운 맴버구성

아침부터 하릴없는 술잔이 돌고, 채념한 사람들처럼 마시고, 건내고, 또 채우고...

빗방울을 안주삼아, 빗소리를 장단삼아 술잔을 넘기니 그럭저럭 한 병이 훌떡, 시간도 훌떡.

 

남원으로 나온다

어! 여기는 멀정하네. 그럼 혹시 지리산도 끝난거 아냐?

고개를 들어 산을 보니 구름을 푹 덮어 쓰고 아직 처음 그대로 있다.

미련을 가져봐야 그게 그거. 이미 맘 떠난 님인데 오늘은 새 정이 붙을리 없지

몸을 덮히고, 싯어 내고

사람내음 분주한 새집에서 건한 안주삼아 또다시 술을 넘긴다.

비는 오는 듯 마는 듯

술은 취한 듯 않취한 듯

몸만 피곤해 감은 눈, 한밤중으로 집으로 온다.

 

비 않왔어요?

많이 왔어

비 맞고 했어요?

음~

대단들하시네요

사는게 그런거지

청춘이셔요

좋은 사람들 많아서...

 

산은 산, 물은 물, 산은 물, 물은 산, 물은 비, 비는 물, 비는 산, 산은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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