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이나 산행후기
- 김 명 국 -
7월 27일
출발전인데도 벌써부터 걱정이다.
지난겨울에 지사랑의 설산 점산행을 마지막으로 산행 한번 하지 않고 원정을 가게 되다니...
전주 코아백화점에서 출발한 공항버스가 여의도와 김포공항까지 거쳐서 목적지인 인천공항에 도착하는데 비행기만큼이나 빠르게 3시간이 걸린다. 정말 빠르다.
인천국제공항도착 06:00
인천국제공항 참 많이 변했다. 갯바람에 실려오는 먼지를 들이마시며 무던히도 힘들게 근무했던 기억이 스쳐간다. 골조만 앙상하던 여객터미널이라고 불리던 곳이 이렇게 변했을 줄이야...
막내 인호가 마지막으로 도착하고 10명의 일행은 입국수속을 마치고 순조롭게 일이 진행된다. 내가 소지한 무전기는 위험물로 취급되 다시한번 정밀 검사를 마친후 다시 화물보내는 곳을 가서 보내고 하는라고 다소 늦게 통과한다. 0940분에 비행기가 이륙하고 4시간의 비행끝에 도착한곳이 사천성에 위치한 성도시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성도시는 우리나라의 여늬 시골풍경을 연상시키게 한다. 가로수가 보이고 멀리 공장의 굴뚝도 보이고, 전원적이고 목가적인 풍경들이 다소 긴장된 마음을 풀어지게 만든다.
중국의 공안에 대해서는 익히 들어온터이라 어느정도의 불친절은 웃으며 지내갈수 있었다. 일행이 도착한 성도시의 날씨는 대체로 습도가 높고 후덥지근한 편이다. 시내 곳곳이 신시가지의 공사현장을 방불케할정도로 이곳저곳에서 새빌딩을 올리는데 열을 올리는 모습들이며 길죽길죽한 빌딩들이 자리를 틀기 시작하는 모습과 하늘높이 서양의 멋들어진 스카이라인을 닮아가는 모습을 보인다. 성도시의 인구는 대륙의 광대함을 말해주듯 우리나라의 3배에 이르며 중국의 6번째로 큰 도시라며 열심히 현지 김재현씨가 전한다.
거하게 식사를 마치고 일행은 김재현씨의 안내로 현지 조선족가이드인 이명자씨로 인계되어 금일의 목적지인 성도시 흑수현으로 향한다. 예상소요시간은 6~7시간으로 알고 있는데 그자체가 미지수란다. 13시간이 걸릴수도 있고 긴밤을 도로에서 새워야 하는 일이 발생할수 있다고 의례적인 일인양 설명한다. 말을 들어보니 거리는 그리 먼거리는 아닌 듯 한데 가는 길이 험하다고 예상할수 있다.
한시간가량 고속도로를 내달린후 본격적인 현지 운전사의 상상을 초월할정도의 박진감 넘치는 운전솜씨를 볼수 있었다. 차선도 없는 길인데다 길이 험하고 바로 옆의 사면을 절개해 놓은게 기본적인 자연안식각조차 무시하고 길을 닦아놓아 산사태가 안나는게 이상할 정도의 길을 고속도로로 내달리듯 추월과 추월을 반복하며 달린다.
차에 탑승한 일행은 그저 10년이 넘는다는 무사고 운전기사의 운전솜씨만 믿을뿐 짐짝처럼 이리딩굴저리딩굴...
흑수현까지의 길은 간혹 비포장이 되어있는 구간도 있으나 대체로 포장은 된 도로다. 주변의 산들을 보면 대부분이 너덜지대로 작은 충격에서 와르르 무너져 내릴 듯 위태로워 보인다. 산의 절벽에 걸려있는 작은 바위들은 모암에서 풍화가 되서 탈락되었다기 보다는 자립성이 강하고 절리에 의해 탈락된 암반들로 날이 서있는걸 보면 대체로 암질 또한 신선한 편에 속하는 듯 강해보였다. 경암보다는 약간은 풍화가 진행된 연암정도의 암질을 보인다.
흑수현에 이르기전에 모현이라는 곳에서 식사를 하고 흑수현의 초대소로 들어간다. 호텔이라는데 지은지는 얼마 안된 것 같은데 욕실이며 객실이 엉망이다. 지저분하고 정리가 되어있지 않다. 이곳에 자체가 국가소유이고 근무하는 사람들 역시 비슷해서 가슴에 와닿는 친절을 기대하기는 힘들었다.
성도를 떠난지 7시간만에 흑수현 도착
28일 흑수현 호텔 - 관경대 B.C
일행들이 먹거리 때문에 고생들이시다. 특히 만복대님과 선자가 유독 입에 맞질 않는 모양이다. 결국 아침도 만두와 계란으로 간단히 해결하고 산행준비를 한다.
어제 타고온 승합차에 다시 짐을 싣고 아바장족의 본지로 향한다. 울퉁불퉁 꼬불꼬불한 길을 승합차 기사님은 알아듣지도 못하는 중국 노래을 흥얼거리며 쏜살같이도 내달린다. 무슨 놀이공원의 놀이기구를 타는 기분이랄까
40여분을 달려 만경대 베이스캠프까지 짐을 운반해줄 현지 아바장족 포터들이 기다리는 곳에 도착한다. 작은 상점인데 간단한 생필품을 파는 곳인듯하다. 귀한 손님이 방문하면 목에다 걸어준다며 흰색 천을 일행의 목에 걸어준다.
간단히 짐을 정리하고 큰 배낭은 현지인들이 끌고온 말등에 싣고 일행은 간단한 산행 장비만 작은 배낭에 챙겨 본격적인 산행준비를 한다.
나 역시 작은배낭에 이것저것 챙겨 넣는다.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칠이 다벗겨진 스틱도 챙긴다. 곁에 오래있어 정이 생기는게 사람만은 아닌듯하다. 낳았지만 그래도 손이 가는 장비들...
2500m의 고산이라고 믿기 힘들만큼 나무가 많다.
우려했던 고산증은 나타나지 않고 다만 낯선 곳에서 느끼는 그런 것 빼고는 별어려움을 느끼지 못했다.
점심. 12:30.
산행가이드 노노의 집에 도착하니 우리를 위해 현지 포터분들이 식사를 준비해 놓고 있다. 아바장족(티벳족)의 표시로 깃발에 천들이 묶여있다.하얀색천은 하늘을 상징하고 빨간색천은 태양을 노랑색천은 땅을 상징한다고 한다.
참 호사스러운 산행이 아닐수 없다. 밥 걱정할 필요도 없고 그저 포터들이 입이 맞지는 않지만 끼니 걱정 할일도 없고 뒷 정리 신경쓰지 않아 좋고, 산행에서 오는 일상탈출의 가장 기본적인 일을 처리해주니 국내 산행과는 느낌이 달랐다. 첸은 깃발을 참 좋아하는 것 같다. 우리의 산악회기를 2층방에 걸어주고 기념사진도 찍는다.
.만경대 베이스 캠프 15:30 3400m
노노의 집을 떠나 산행을 시작한다. 고소증에 적응하며 산행하기 위해 그리 빠르지 않은 산행속도를 유지하며 산행을 시작한다. 깊은 산속이라고 믿기 어려울정도로 길이 잘 닦여져있다.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풍경들과 사람들...길가에 자라 있는 잡초까지도 이국적으로 보였다.
그리 빠르지 않게 천천히 고소에 적응하며 오늘의 목적지인 만경대 베이스까지 오르기 시작한다.
만경대에 다다를즘 천연화원에 온듯하다. 주위가 온통 에델바이스와 온갖 꽃들로 작은 꽃동산을 이루고 있다.
만경대에 도착하니 현지 포터들이 그새 올라와 텐트와 취사장까지 만들어 놓고 우리 일행을 기다리고 있다. 아직은 고소로 인해 컨디션이 나쁘거나 그러지는 않고 대체로 다들 좋아보이신다. 다만 매끼니 때우는데 걱정일 뿐 근사한 나들이를 나온듯하다.
베이스켐프에서 바로 보이는 오목한 산 봉우리가 오타이나 그를 중심으로 좌측에 오타이메 우측에 오타이지가 보인다. 오타이메는 중국에서 아버지 산으로 불리고 우리가 목적하는 산인 오타이나는 아들산이며 오타이메와 함께 아직 미답봉으로 남아있는 오타이지는 어머니산으로 불린단다.
간혹 구름 뒤에 숨어있다가 가끔씩 모습을 보일때면 일행은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며 사진에 담기 시작한다. 육안으로 보이는 오타이메나 오타이지는 현지 계절이 여름이라그런지 기대했던 만년설도 많아보이지는 않는다.
식사를 마치고 나름대로의 놀이를 즐기는 일행들에게 가이드 명자씨가 장족사람들의 노래가 참 듣기 좋단다. 그래서 노노와 첸에게 노래를 부탁하고 경청하는데 참 듣기 좋다. 뭐랄까 흥이라는게 진하게 묻어있는 듯 하다.
그러나 노래내용은 장송곡이란다. 아바장족(티벳족)의 장래문화중 가장 천하게 여기는 수장에 관한 노래라며,....
7월 29일
밤새 곤히 잤다.
텐트를 보니 이슬이 내리지 않은 모양이다. 흐리긴 해도 멀리 파란하늘이 보이고 머리가 약간 아프긴해도 그런대로 고산에서의 아침을 상쾌하게 맞이할수 있었다. 고소적응 때문에 이동거리가 그리 길지는 않다는걸 알았지만 생각보다 산행거리가 짧다.
산행가이드 첸의 걸음으로 두시간이면 충분하단다. 저놈 말은 이제 믿음이 떨어진다. 만경대 베이스에서 오타이나가 어떤건지도 몰라 우리를 혼란스럽게 한 놈이다. 그래도 저놈 밖에 없다.
오늘의 베이스 고도는 만경대보다 약간 올려 3800m 란다.
08:30 만경대 베이스캠프 출발
아침 식사를 마치고 잠깐의 여유를 불릴즘 멀리서 포터들이 말을 타고 올라오고 있다.
어제 안면이 있다고 그래도 처음의 어색함은 사라지고 서로 알아듣지도 못하는 말로 아침인사를 나눈다.
09:00
베이스켐프 2를 향해 산행을 시작한다.
국내산행을 하는 것처럼 편안하다. 약간의 두통은 있으나 견딜만한 짜릿한 환각상태 정도로 원정산행을 하는 기분이 든다.
개울 건너 잠시 휴식을 취하는 일행앞에 산행가이드인 첸과 포터들이 개울 물을 마신다. 조선족가이드인 이명자씨로부터 오타이나 근처의 계곡에 흐르는 물은 석회성분이 다량함유되어 외지사람들이 마실 경우 바로 설사를 하는등 고생한다며 먹지말라고 한 기억에 구경만 한다.
그래도 물인데 상관없을지 싶어 시원하게 세면을 하니 명자씨가 기겁을 하며 다시 일장 연설을 한다. 석회성분이 많아 피부에 닿으면 껍질이 벗겨지고 통증이 올수도 있다고 겁을 준다.
중식 12:30
3시간여의 산행끝에 가옥5채가 보인다. 이런 고도에 사람들이 살다니 그저 경외로울 뿐이다.
도착하니 쿡임무를 잘하고 있는 노노가 라면을 끊인다. 다행히 일행들이 라면이 있어 다행이다 그나마도 모자를듯해 중국에서 생산되는 중국라면과 섞어서 끊였다. 갯잎에 양파장아치까지 맛은 그런대로 여기서 맛없다고 굶을수도 없고...
덥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날씨가 화창하고 좋다.
식사를 마치고 산행을 시작한다. 방금전의 날씨와는 다르게 갑자기 비가 내리친다
혹 약간의 눈도 섞여있다. 반팔차림의 등산복장을 하고 눈을 맞는 기분이라니...
베이스켐프가 가까워오자 비가 내리치기 시작한다.
베이스켐프1에서 베이스캠프2까지 그리 어려운 산행은 아니라 생각된다.
고도 3800m의 너덜지대 사이에 위치한 베이스켐프...
비가 내려 약간은 활동의 폭과 여기저기에 널려있는 야생 야크들의 배설물들로 지저분한 느낌이 다소 든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모닥불이라도 지필양으로 현지포터들을 시켜 나무를 해오라고 해보지만 금새 거센 비바람이 몰라치는 바람에 꼼짝없이 탠트에 박혀 나올수가 없다.
종신형님은 비를 맞아서 그런지 컨디션이 그리 좋아보이지 않는다. 나역시 머리가 약간 지근거리고 온몸에 힘이 없다. 3800m의 고산인지라 고소에 의해 몸상태가 그리 된걸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
종신형과 나는 한 탠트를 사용하는 좋은자리라고 고른게 두명이서 약간 좁다는 생각이 든다.
그덕에 혼자 사용하시는 연태형이 널찍하게 탠트를 사용하고 계신다.
저녁도 먹고 심심하기도 하고, 전날은 그래도 날씨가 좋고 베이스 캠프 주변으로 꽃도 피어있고 오타이나,오타이메,오타이지가 한눈에 조망되어 참 좋았는데 ...
윷도 바로 만들어 윷놀이도 하고 즐겁게 보냈는데,,,여기 베이스캠프는 마땅히 할만한게 없다. 캠프파이어를 하자니 비가 오고...
그래서 배낭안에 있던 소주한병을 형님들 모르게 은정이 선자,인호와 나눠마셨다. 양은 적었지만 그맛은 지금도 생각나게 한다.
내일 산행은 무려 1400m나 고도를 높여야 된다.
힘든산행이 될거라며 형님들은 술도 안하신다.
7:30분 베이스캠프에서 기상
날씨를 알수가 없다
흐린것도 같고 비가 내리는 것도 같고 다만 달라진게 없다면 여전히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밥을 하는 챈과 노노의 분주하게 움직이는 소리외에는 어제 아침 만경대 베이스 캠프와 비슷한 분위기다.
정상공격의 날이라 그런지 온몸이 긴장되어 정상컨디션을 회복하진 못하고 있다. 분명 고소에서 느끼는 중압감은 아닌 듯 ...
물론 내가 정상에 성공하면 그야 말할수 없이 좋겠지만 그보다는 우리 원정대 이름으로 ...한국인 원정대 최초로 이 오타이나 정상공격에 성공했다는 것으로 만으로도 충분한 수확이라 할수 있겠다.
안개가 끼인대다 비까지 내리는 바람에 도무지 앞을 분간할 수가 없다. 상식으로는 4000m의 고산에는 하얗게 만년설이 덮여 있어야 하는데 만년설의 신비로움은 고사하고 좌측으로는 심산계곡에서 흘러내리는 것으로 보이는 냇물이 흐르고 양옆으로 수목이 깔려있다. 희미하게나마 계곡 옆의 석산은 금방이라도 물이 되어 흘러 내릴 것 같은 너널지대가 위치해 있다.
챙긴다고 챙겼건만 배낭 카바가 없다. 오바트로우져는 이미 비에 흠뻑 젖어 움직일때마다 나뭇잎에 고여 작은 연못을 이루던 물방울이 떨어져 내리듯 순간순간 떨어지곤한다.
호수도착 10:00
계곡과 계곡사이의 물길을 너덜지대의 돌들이 흘러내려 만든 것으로 보이는 작은 호수가 눈앞에 펼쳐진다. 날씨만 좋으면 더없이 좋은 영상이련만..또 그러면 어떠리...
선두에는 아바장족의 현지가이드인 노노가 앞을 서고 그뒤로 만복대님과 연태형 은정이 마성이형 종신형이 따른다.
후미는 노욱이형과 인호,선자 ,은선이누나,그리고 조선족 가이드인 이명자씨가 뒤를 따른다.
3시간 가까이 산행한결과 현재 일행중 누구도 쳐지거나 산행이 어려울 정도로 컨디션이 좋지 않은 사람은 없어 보인다.
1400m를 하루만에 등반한다는게 약간은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길이 눈에 익숙하고 또 길이 잘 닦여진 등산로도 아니고 그저 현지 원주민들의 길을 찾아가는 노하우에 의지해서 등반을 한다는게 ...
호수를 옆에 끼고 정상등정을 위해 다시 발걸음을 재촉한다. 생각하건데 우리 원정대의 산행속도로는 원하는 시간에 정상에 도달하기가 쉽지 않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현지 기상여건상 이곳 5000m급 이상에서는 15시 이전에는 무조건 등반을 포기하고 하산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붙어있는 터라 지금의 산행속도와 3시간여의 등반 고도를 생각한다면 힘들지 않을까 ...
이제 나무도 없다 물도 없다 저기 멀리 만년설이 보이고 아슬아슬 넘어질 듯 넘어질 듯 미끄러질 듯이 깔려있는 두터운 너덜바위를 넘고 넘어 길도 없는 길을 가고 있다.
다들 컨디션이 좋아 보이더니 언제부턴가 힘든 기색이 영역하다. 자꾸 고개가 땅을 향하는걸 보니 ...
가파른 바위길의 연속이다 조심을 한다고 하는데도 자꾸 낙석이 발생한다. 산행시작부터 내리던 비는 어느새 눈으로 바뀌면서 바람마저 스산하게 불어온다.
선두와 후미의 간격이 자꾸 벌어지고 지쳐가고 있을때쯤 이번산행을 주도하고 있는 챈이 브레이크를 걸고 나선다.
이유인즉 이런 속도로는 정해진 시간 안에 산행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챈과 노노가 하산을 결정하면 우리 원정대의 최초 등정은 물거품이 된다.
약간의 영어가 되는 챈에게 더더욱 영어가 되지 않는 나는 그저 “노 프로브롬 고고”“노 프로브롬 고고”이 짧은 몇마디 단어만을 외칠뿐 방법이 없었다.
결국 선두에 섰던 만복대님과 종신형 그밖에 노욱이형의 의견에 따라 컨디션이 좋아 써미트가 가능한 그룹을 나누어서 단 한명의 원정대원이라도 정상정복을 할수 있도록 작전 아닌 작전을 짜고 문제 없으니 걱정말고 길이나 찾아 나서라고 챈에게 말을 하고는 여전히 선두에 서있는 노노를 채근하여 가뿐숨을 몰아쉬며 다시 한번 걸음을 옮긴다.
모두들의 의견에 따라 혹은 각자의 컨디션에 따라 다시 원정대을 분류하여 힘찬 발걸음을 내 딛는다.
선두에 서있는 노노는 미끄러질듯하며 길이라고는 보이지도 않는 길을 항상 다녔던 것처럼 잘도 올라간다.
노노가 자꾸 뒤를 돌아보며 챈과 의견을 교환한다. 불안하다. 또다시 이놈들이 우리들의 산행속도를 문제삼아 하산결정이라도 내리는 날에는..
쉼한번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빠른 속도로 노노의 꽁무니를 놓칠세라 페이스를 무시한체 뛰다시피한다.
자꾸만 뒤를 돌아보는 노노의 뒤를 바짝 붙어서 내가 따른다. 뒤를 돌아보는 노노에게 이제 이판 사판이다. “야 괜찮으니까 빨리 가기나해!” 물론 알아듣지 못하겠지만 이말밖에 할말이 없었다.
자꾸 일행에게 제동을 거는 첸
이제 힘도 들고 성질도난다. “노 프라브롬 고 고”노프라브롬 고고!!!“
내가 노노의 뒤를 따르고 뒤로 만복대님과 인호 은정 연태형이 오른다
.
고소에 천천히 적응해 가며 산행을 해야 한다지만 이상황에선 고소에 적응하며 여유있게 올라갈 시간도 없고 온통 제정신이 아니다. 그저 고소가 내몸에 적응해 주길 간절히 바라며..
정신없이 노노의 뒤를 쫒아가다 힘들어 뒤로 쳐지고 연신 손목에 달려있는 고도계를 바라보며 남은 거리와 시간을 대충이나마 간음 하보지만 알수가 없다.
후미조는 이제 시야에서 멀어져 있다. 어쩌면 포기하고 하산을 결정했는지 지금 상황으로는 알수가 없다. 써미트 그룹은 그래도 컨디션이 좋아보인다. 거리가 얼마나 남았는지는 모르지만 충분히 성공할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노노뒤를 이제는 인호와 만복대님이 번갈아가며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올라간다.
얼마를 갔을까 그리 멀지않게 보이는 능선하나가 시야에 들어오고 ..
아!!
드디어 오타이나 정상이란다.
현지 가이드 노노가 먼저 정상에 안착하고 그뒤를 인호와 만복대님 그리고 내가 오른다.
바로 뒤를 이어 은정이와 연태형 마성이형, 올라오지 못하고 하산한줄알았던 노욱이형과 선자 종신형까지..
정상정복의 기쁨을 잠시 누리고 그리 산행이 늦은건 아니지만 그래도 모를일인지라 잰걸음을 옮겨 놓는다.
하산하는데 종신형님의 상태가 그리 좋아보이지 않는다.
갑자기 강한 빛을 보셨는지 설명의 위협까지 받을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다.
하산하는 길은 방금전에 올라왔던 길과는 다른길이다. 올라올때 서서 올라온 기억보다는 기어올라올 정도로 가파른 사면이 였는데, 내리막은 더더욱 추락의 위험과 낙석사고의 위험을 한꺼번에 감수 해야만 했다.
얼마를 내려왔을까 잠시 쉬는 동안인데도 올라갈때보다 일행들의 컨디션이 현저히 떨어져 있는걸 알수 있다. 나역시 한걸음 한걸음 옮기기가 여간 힘든게 아니였다.
거세게 몰아 부치는 비바람은 아니지만 쉬지 않고 눈에서 비로 바꾸고 하는 기상여건으로 온몸이 축..가라앉는다.
올라올때는 몰라는데 내려가면서 바라보는 작은 호수의 모습이 참 이쁘다. 규모가 상당히 클줄 알았는데 그리 크지 않고 생긴 모양 또한 주변과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짧지만 길게만 느껴지던 여정이 막을 내리고 베이스캠프에 도착...
먼저 도착한 챈과 노노 그리고 중도 하산한 이명자씨가 일행을 위해 따뜻한 호박죽을 끊여놓고 기다리고 있다.
정상에서 한참을 서있었던 탓인지 온몸에 감기기운이 돈다.
그래도 무사히 등정을 마무리 할수 있어 더없이 좋았다.
또다시 베이스 캠프의 아침이 밝아오고 ..
어제의 비바람불던 날씨와 대조적으로 오늘은 티없이 맑은 하늘이다.
전날 산행으로 젖은 옷가지들을 널어 말리고 장비를 챙긴다.
만복대님은 입고 계시던 우모복을 기꺼이 노노에게 주고 원정 티셔츠도 이명자씨와 챈에게 나눠준다.
일행이 아바장족 마을을 떠나기전에 일주일후 중국원정대가 아직은 누구의 손도 타지 않은 오타이메를 등반하기 위해 아바장족 마을로 들어온단다.
내년에 다시 이곳으로 올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면 꼭 한번 오타이매와 오타이지를 등반하고 싶어진다.
우리나라 최초로 오타이나를 보고 왔으니 이제 세계에서 처음으로 그 아버지산과 어머니산을 봐야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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