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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후기/2004년

빗속의 지리산 동부능선

by 에코 임노욱 2016. 5. 19.

빗속의 지리산 동부능선
- 둘 리 -



 언제부터인지 ...
 2년 전 여름휴가 때 서락, 샤인, 나 셋이서 태극종주를 하다가 머진 장터목에서 내려가고 혼자서 다른팀에 끼어 태극종주를 끝낸 그 날 이후부터..
 서락이에게 나머지 구간은 꼭 같이 해준다고 했었다. 때부터 나에겐 숙제였다..끝마쳐야 할 숙제 늘 날만 잡다가 한달여전. 연휴가 없으니 아주 빡시게 해보자고 했고 선자와 서락이는 선뜻 그러마고 했다. 공지를 올리고. 신청자를 보니 걱정이 되긴 된다.


5월 29일 (토)

산수유..북한산..피곤했나보다.
몸이 먼저 반응을 한다.
얼마나 가고 싶었던 지리산인데...모르겠다.

나때문에 구례에서 만나는 시간이 늦어졌고(역시 좋은곳에서 살아야해 ^^)
경환형,동식형 얼굴 좀 보고..장도 보고..그러다 보니 또 시간이 흐르고..
차량 파킹을 위해 중산리로 가다가 길도 헤매고
중산리에 들어서서 발자국형님과 강산형님 잠시 뵙고
(코스가 달라 얼굴만 뵙고 돌아서려니 못내 아쉽고..)
그렇게 밤머리재에 가니..시간은 밤 11시.

풍류와 슬비...얼굴이 발그스래 볼만 하더군.
우리 기다리다..쎄주 4병 둘이 마셨다고 불만(?)을 토로하는데..
글쎄? 분위기만 좋아보이더만.
자는 서락이 깨워..다시 오손도손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
사이 설에서 짱구가 오고...
산행인원이 바람형,설악,짱구,풍류,현경(지리),단청,슬비,바다,뚜껑,나
총 10명..

낼 산행이 부담스럽긴 하나보다.
다른 때 같으면 술잔이 바지런히 오고 갈텐데..
맥주 한잔 씩 만하고 있는 술도 마다하는걸 보니 ^^

5월 30일(일)

두시 넘은 시간 모두 취침 준비를 하고..
잠시 눈을 붙였나했더니..여기저기 알람소리가 들린다.

03:30분 기상
대충 배낭을 패킹하고 나머지 짐은 차안에 쑤셔넣고
부지런히 움직이지만 시간은 잘도 흐른다.

04:40분
밤머리재 출발..
어렴풋이 날이 밝는다.. 렌턴도 필요없겠다.
가파른 오르막길..선두에 서서 간다.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

그래도 여기 오려고 간간히 운동 아닌 운동을 했다고 그런지
확실히 덜 힘들긴 하다. 기특한 것 ^^;;

다들 거친 숨을 몰아쉬긴 하지만 잘 간다.
아씨..다 좋은데 누가 선두에 가려고 안해서 앞에 서긴 했는데..
이넘의 거미줄땜에 왕 짜증이다.
그것뿐이면 좋겠는데 이슬에 몽땅 젖고 있으니..

동왕등재에 오르니 시원한 바람이 분다..
잠시 잠깐 지리 능선이 펼쳐지고 금방 가스에 묻혀버린다..
어? 머가 떨어지는데..
나무에 맺혀있던 이슬인가 했는데..아니다. 비다.
배낭커버를 씌우고..그때부터 계속 비는 우리와 함께 동부릉을 같이 뛰어주었다.
이슬때문에도 젖었었는데 거기다 비까지 오니
금방 물속에 빠졌다 나온 것처럼 신발이 철퍼덕거린다.

가파른 오르막과 내리막을 몇 번씩 오르내리고..산죽밭길도 지나고..

아..씨~를 연발 외치지만 서락이도 꾸준히 잘 와주고 걱정했던 바다도 힘들어 하긴 해도 잘 오고 있고..괜찮네!
현경인 말없이 걷고..풍류는 간간히 유머를 퍼부으며 예전과 다른 모습을 보인다.
다른 사람들은..늘 그렇듯..그만의 간격을 유지하며 오르고..내리고.

08:40분
왕등재 습지 도착..
세 번째로 온다. 처음 습지를 봤을 때 느꼈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래도 이 다리는 왠지 참 정이 가는 다리다.
우의로 비를 피할 수 있도록 위에다 치고..그 밑에서 아침을 먹는다.
정겹다...

09:30출발..
여기서부터는 바람형한테 선두에 서서 가라했다. 안간다더니 간다.
몸사린다.. 왼쪽으로 빠져야하는데 오른쪽으로 가려고 한다. 아니여요..이쪽!!
신발이 젖어 온다고 투덜거린다.. ^^
완만한 산등성이를 돌아서 내려서니 새재 삼거리다.
여긴 꼭 보성 녹차밭을 생각나게 한다.. 여기서부터 다시 가파른 오르막..
잠시 후 널따란 바위가 나오길래.. 좀 쉬자하고..거기서 양말도 좀 짜고...
다시 신발을 신는데.. 서락이 할 말 있다더니 새재로 내려가고 싶다나..대원사길이 어쩌구 저쩌구 하니.."I..C.." 먼저 간다 하며 간다..^^
피식 웃음이 나온다.
다 내려가도 넌 절대 안된다.. 왜냐면 너 때문에 여길 온거니까........

12;30분
선자가 여기가 독바위라 한다. “아냐..독바위는 이렇게 안생겼어..”하고 산행기를 확인하니
이지점이 전망바위인거 같다.
슬비,바다..“새재는 언제 나와요?” “왠?” “탈출로라면서요..”“지난지가 언젠데..아까 니네들
올라옴서 사진찍은데가 새재야..옆으로 빨간 지붕이 있던곳...“
얘네들 내려갈 생각을 했었나보다..허망한 표정..^^

12:55분
독바위.. 올라가네 마네 의견이 분분하더니 언제 또 여길 올지 모르니 올라가자며
다 올라간다. 보이는 것은 없다. 가스에 가려서..
날 좋은날이면 지리산이 한눈에 들어오는 곳이라는데...많이 아쉽다.
기념촬영!!! 서락이 내려오는데 뚜껑이의 한마디에 웃음폭포..
바다..내려오면서 나도 여자라구요~ 누가 아니래????

금방 얼음터 내려가는 곳을 지나고 쑥밭재도 언제 지난지 모르게 지나버리고

13: 50분
국골 사거리..
노욱형님이 여기까지만 와도 박수를 쳐준다 했는데... .
몇은 내려가고도 싶은가 보다. 하지만 조금만(?) 더 가면 되는데 포기 할 수 없잖아.
이젠 조금 조바심이 나기도 한다....
4시까지 천왕봉을 도착해야 해지기전에 내려올 듯한데...
행동식으로 점심을 때우고...빨리 가자고 채근하고 앞장선다.

15:10분
하봉 및 헬기장.
초암릉 산행이 생각난다..선자의 쇼가 진행되었던 곳! 선자도 형..생각나지? 씨익~
졸음의 쏟아진다..후미를 기다리며 잠깐 졸고.

이젠 중봉까지 가파른 오르막을 한번 치면 된다 싶었는데..
웬걸..무리긴 무리였나보다.
오른쪽 발목에 충격을 주지 않으려고 왼쪽 다리에 힘을 많이 주었더니 왼쪽 무릎에서 신호가 오는거다.
무릎뒤가 땡긴다...
이쪽도 저쪽도 하중을 줄 수 없는 이상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조금이라도 체중이 잘못 실리면...욕이 저절로 나온다..

15:50분
철조망을 넘어서고
중봉..
천왕봉까지..0.9km
30분만 더........가자 가자..
뒤에 오던 현경이...힘들긴 힘드네요.
뚜껑이는 지리 산행이 처음이란다. 그러면서..“누나는 천왕봉에 몇 번 와봤어요?”
왜 그 질문에 그렇게 웃음이 나는건지..“ 모르겠다”

16: 20분
천왕봉
앞서 가던 뚜껑이...다 왔어요..외친다.
정말 다왔다.. 현경이와 셋이서 바람을 피해 바위틈에 앉았다.
그래도 춥다... 트라우저를 입고 일행을 기다린다.
천왕봉은..언제와도 바람단지다. 비도 오고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다른 등산객은 별루 없다.
하나둘 우리 일행이 도착하고 비석에서 기념촬영을 한다.
“수고했다, 수고하셨습니다”
다들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와준 것에 고마움을 느낀다.
누가 상 주는 것도 아닌데...
그냥..할말이 없음이다.

17:00분
하산..
하산 3시간 동안.......내 자신과의 싸움이다.
내려가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 걸음은 옮겼지만..
사실 죽을 맛이었다.
내뒤에 따라오는 바다를 바람형에게 부탁하고.....

19:40분
다 내려섰다. 신발을 벗고 나니 좀 살만하다..
발이 완존히..퉁퉁 불어있다. 허옇고 쭈글쭈글한게 볼만하다.
차를 가져온 친구들은 밤머리재로 갔고..바다랑은 안오고..
식당에서 기다리고 있는게 좋겠다 싶어 먼저 들어가 슬비, 서락이랑 동동주 한잔.
바다가 늦다..바람형도 있는데 괜찮겠지...그치만 계속 시간이 늦어지니..걱정된다.
차를 가지러 간 애들이 오고 한참이 지나도 안오고..구조요청이 들어왔다는데..혹시?
매표소 가서 조난자가 누구인가 확인하니..잘 모르겠다하고...뚜껑이 찾으러 가고..
그러고 있으니..온다.
............! 반가운 맘이야..무엇으로 표현할까....이로서 사고 없이 이번산행 종료다.
먼저 저녁은 먹구...

시간이 너무 늦어..차 시간이 안 맞아 이젠 집에 갈일이 걱정이다.
서울가는 차에.. 선자와 바람형이 합류하여 대전역에서 내려오는 기차를 타고 가기로 하고
순천가야하는 뚜껑이가 무언가를 포기하고 광주로 가기로 한다.
그렇게 서울로,수원으로,전주,익산,대구,구례,광주..목적지를 향해 출발!

빗속의 지루하고 긴 힘든 산행이었지만 서로 좋은 만남으로 이루어진 산행길이어서
힘듬 보다는 또 다른 기억으로 남는 산행이었네요.
여기 산행한 10명이 만나면 훌륭한 술 안주는 될 성 싶네요
누구보다 힘들었을 바다...앞으로 다른 산행은 좀 수월한 느낌이 들거다..^^
모다..........수고하셨구 고생하셨습니다.
그리고..선자와 서락이는 웅석봉 구간 마저 해야지?

피에스..
내 개인적으로는 서락이에게 꼭 이 능선을 뛰게 해주어야 한다는 하나의 숙제가 해결되었고..
한번도 헤매지 않았다는 것이 기특하고..
발목이 부어버린 것은 넘 미련한 짓을 한거 같고..
그래도 산행을 생각하면..피식피식 웃음이 나는 것은 아무래도 미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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