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옥녀봉의 얼음 치는 소리
- 최 은 정 -
1. 일시 : 2004.2월 7일~8일
2. 장소 : 옥녀폭포
3. 코스 : 빙벽
4. 날씨 : 한없이 맑고 포근함.
5. 참석 : 2월 7일 - 김귀용.양병섭.안세훈.최은정.병주.미영.임영택
2월 8일 - 이은정.정하.오신배.차량지원 정상.이병도.한용수
6. 산행시간
- 2월 7일
18:30 전주출발
19:40 야영지 도착
00:40 취침
- 2월 8일
06:30 기상
08:40 옥녀봉으로 출발
10:00 2차팀 합류
13:30 중식
18:00 하산
8. 산행후기
며칠 전 세훈이형이 전화해서 "쏘주나 한잔 할래? 전주에 조개구이 집 없냐?".....그때부터 조개가 내 머리 위를 빙빙 날아다닌다...
토요일 일찍 끝나고 삼천동 농수산물 시장으로 가서 굴과 생합을 사는데 세상 돌아가는 물정을 모르는 난 그게 싼건지 비싼건지도 감을 못 잡겠다.
집에 와서 배낭 꾸리고 집안 청소를 하는데 귀용이형 전화다.."빨리 내려와!"하고 끊는다.
에코로바에 도착하니 병주만 와있다.
조금 후 세훈이형과 미영씨가 도착하고 병섭형 전화하니 먼저 출발하란다.
귀용이형 차와 병주 차로 봉학리에 도착하니 이미 전남 차량 몇 대가 보이고 옥녀폭포에서 야영하는 팀과 다리 밑에서 야영하는 팀이 있다.
옥녀봉으로 오르다 발걸음을 돌려 주차해 놓은 곳에 도착하니 병섭이형이 도착한다.
우리는 비박장소를 팔각정으로 정했으나 막상 팔각정은 바람도 많이 불고 해서 그 옆에 무언가를 짓기 위함인지 대지를 평평하게 조성해 놓은 평지에 자리를 잡으니 동네도 안 보이고 바람도 없어 아늑하기 그지없다.
저멀리 이동식 화장실도 있다.
나뭇꾼 병주가 주위의 나무를 다 모으고 귀용이형이 불을 지피고 세훈이형은 반합에 삼겹살과 김치를 볶고 나와 미영은 굴을 굽는다.
영택이형이 에코로바에서 출발한다고 전화가 왔다.
노릇노릇 구워진 살 만땅인 굴에 소주한잔! 캬~~ 죽이고~~, 김치로 양념하여 구워낸 삼겹살에 또 한잔! 돌고도는 술잔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즐긴 시간...
이렇게 분위기 좋게 시작한 야영은 시간이 갈수록 깨진다.
나는 병주에게 생합 잘못 끓였다고 구박에 잔소리까지 하고 빈속에 술마신 병섭형은 뭐가 안 좋았는지 언성을 높이고 뒤늦게 도착한 영택이형은 고기나 몇점 먹었는지...굴 몇 개 까준건 생각이 나는데...
미영을 데리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건만 밖은 여전히 조용하지 못하다.
여섯시 반에 일어나라는 세훈이형의 말을 듣고 깊은 잠에 빠졌는데 얼마나 잤을까? 갑자기 텐트 안으로 "아이! 추워.."하며 누가 들어온다.
병섭이형이 차에서 자다 추워서 들어온 것이다.
계속 끙끙 거리고.. 잠을 다시 청할 수가 없어 침낭 들고 나와 병주와 영택이형이 자고 있는 비박포를 들추고 가운데로 들어가는데...나 편하자고 두사람을 고생시키고 말았다.
병주가 먼저 일어난다...영택이형에게 몇시냐고 물어보니 여섯시 20분이란다.
게으름 피우기도 미안하고 자리를 털고 일어나서 생합 눈에 비벼 국 끓이고 병주가 밥하고..
세훈이형은 나무 주워다 불 지피고...아침 먹고 옥녀봉으로 출발한다.
옥녀봉에 도착하니 어제 동굴에서 야영한 팀이 벌써 자일 한줄을 걸어놓고 오르락 내리락..하고 있다.
인사를 나누고 세훈이형과 병주가 자일을 가지고 폭포 좌측 암부를 넘어서 어디론가 사라지고..나머지는 20cm가량 쌓인 눈을 밟아 다져서 자리를 만들고 짐을 풀고 주위의 나무들 모아다 모닥불 지피고 광주팀 하는것만 구경하는 사이 아침에 출발한 팀이 도착한다.
광주팀 정말 몸짱에 장비 짱이다.(값 비싼 옷에 값 비싼 신발...)
이날 처음 오신 신배형님은 산행에 기대가 크신 것 같다.
요즘 귀차니즘에 빠진 나는 산행도 싫고 빙벽도 싫고 자리 깔고 구경만 하려는데 상단부에 있는 세훈이형과 병주를 본 신배형님은 "저 사람들은 어떻게 저기 올라갔어요?"하고 묻는다.
폭포 좌측으로 나있는 발자욱을 가리켰더니 형님도 그 길로 올라가신다고 한다.
나도 가보지 않은 길을 생각없이 보낸다.
폭포 상단에서는 병주가 먼저 하강하고 세훈이형이 내려온다.
내려온 세훈이형은 초보자를 그것도 혼자 그런곳으로 올려보냈다고 우리를 나무라고..
뒤늦게 후회를 해보지만 무슨 소용이랴...안전하게 내려오시기만 바랄뿐...
나무가 부족해 정하.은정.정상이가 나무를 하러 가더니 저쪽에서 갑자기 나무 한그루가 '뿌지직' 소리를 내면서 쓰러진다. 정하다.
나는 그때 봤다.
주위의 남자들의 눈과 심장에서 빨간 하트풍선이 마구마구 정하에게로 날아가는 것을...
조금 있으니 갑자기 작은 은정이와 정상이가 통나무를 어깨에 들쳐매고 저멀리서 나타난다.여기저기서 감탄서 연발...
나무 걱정 끝내고 슬슬 빙벽 시작하려는데 귀한 얼음 보고 메달려 보려고 전주에서 또 한팀이 도착한다.
갑자기 사람이 바글바글 해졌다.
나와 미영은 불 옆에서 작은 은정이가 가져온 고구마랑 떡이나 구워먹으면서 남들 하는거 구경만 한다.
세훈이형을 시작해서 병주,정하,은정 오르락 내리락..하는데 병도형 도착하고..용수형님 뒤늦게 도착하신다.
병도형의 아직 개시도 안한 이중화 용수형님이 먼저 개시하시고..병도형도 올라보고...
하는 사이 저 아래에서 이 겨울에 빨간 반팔티를 입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올라오는 병옥이형...역시 육수짱이다.
용수형님이 사오신 김밥으로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너도나도 열심이다.
그 사이 안전하게 하산하신 신배형님..내려오다 죽을뻔 했답니다.
무사히 오신거 다행으로 생각하고 늦은 점심을 두팀으로 나눠서 먹은 후 귀용이형도 신발 끈을 단단히 묶고 아이젠 차고 슬슬 몸을 푸시더니 멋지게 등반하시고...
신배형님도 사진을 위해서 등반하시고 병옥이형도 멋지게 등반하시더니 마무리도 아주 멋지게(?) 거꾸로 하강하시면서 외치는 말 "아이고!나 좀 세워줘~!"
혹여 이 겨울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빙벽을 마냥 즐기고 있다.
전주팀 먼저 하산하고 광주팀도 뒤늦게 하산하고 우리만 남았다.
해가 지고 고요한 폭포에는 얼음치는 소리 뿐이다.
세훈이형의 능수능란한 포즈에 감탄사를 보내고 모든 면에서 마냥 열심인 병주도, 정하는 어쩜 저리 겁이 없는지..새 신발 톡톡히 개시하는 병도형..간만에 만나뵙는 용수형님도..모두 빙벽 삼매경에 빠져있다.
병도형 먼저 하산하고..나머지 일행도 슬슬 자일 풀고 밸트 풀고..짐 꾸려서 하산한다.
해가 많이 길어졌다.
하루 종일 얼음에 매달려서 춥고 시린 몸 녹여줄 지글지글 따뜻한 국물 생각나서 곱창전골집으로 가서 하산식을 하는데...눈 뜨기가 무섭게 사라지는 음식들...너무 맛있게 잘 먹었는데 그걸 또 처음 산행하신 신배형님이 계산을 하셨네요..
신배형님..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다음 산행에서도 뵙게요..
이번 산행 참여하신 님들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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