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스런 숲을 지나 마주하는 시원의 대평원
모두가 기다리는 세상을 펼쳐 보인다
빽빽하게 우거진 정글 같은 숲이 눈앞을 떠억 가로막고 있다. 이게 첫 시집을 상재하는 김인태가 그려 보이는 세상의 암울한 현재 태일 터, 그곳을 헤쳐 나갈 방도가 보이지 않을 만큼 이 숲은 완고하기만 하다.
하지만 시집의 제목이 암시하듯 숲이 있어서 비로소 길도 있는 법이다. 강이 있어서 다리가 생겨나는 이치인 것처럼 김인태의 시들은 질곡의 현상들을 먼저 읽어낸 다음, 돌연 숲 사이로 감춰져 있던 희미한 길 하나를 찾아내 우리에게 제시해준다. 김인태의 전략이고 그가 구사하는 어법이기도 하다.
시를 다 읽은 느낌이 꼭 그러하다. 위험하고 비밀스런 숲을 지나자마자 눈앞에 장대하게 펼쳐지는 시원의 대평원을 마주하는 그런…… 김인태가 기다리는 세상이 바로 그것이며, 나는 이 길의 존재를 틀림없이 믿는다. 이는 곧 김인태가 스스로 인정하듯 저 19세기 독일 시인이었던 횔더린의 시 그림자에서 벗어나 장차 열어 보일 시 세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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